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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그램 디자인: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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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그램 디자인: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박관찬(통통기자단, p306kc@naver.com)

 

밀리그램 디자인 이미지

  기자가 작년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예방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운동경기장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활동인데, 보통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성별, 나이, 국적, 장애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무장애’를 현실화한 디자인이다. 보통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나 점자표, 지체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등이 대표적인 것처럼 신체장애인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신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도 있는데, 그럼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없는 것일까?
  아직 국내에는 전무한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연구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밀리그램 디자인’이다.
  밀리그램 디자인의 조명민 대표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면서 장애인의 민감한 감각적 특성을 완화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의 필요성을 느끼고 건축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구를 시작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열악한 현실을 파악하고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약 10년간 카이스트, 서울대병원의 지원으로 연구하였다. 그리고 2017년 3월, 밀리그램 디자인을 법인으로 설립했다.
  발달장애인에게 특정 환경이나 색체를 제시하고 뇌파의 변화를 찍는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발달장애인들의 뇌파 변화를 통해 감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조명민 대표는 이렇게 얻은 연구의 결과를 발달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제작의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 대표는 정보에 대한 인식과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시각디자인업체와 구체화된 그림문자를 개발중이기도 하다.
  밀리그램 디자인은 가구의 모양과 배치, 테이블과 의자의 높이, 색체, 조명 선택은 물론 시공까지 직접 담당하고 있다. 외주제작 없이 시공까지 직접 하는 이유에 대해 조 대표는 “설계를 바꾸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설계 디자인을 마치고 외주업체에 시공을 맡기면 일부 업체에서는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설계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게 나올 수 있게 된다.
  디자인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발달장애인의 성향을 고려하는데, 색체의 경우 차분한 색체를 일률적으로 배치하면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차분한 색상과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는 색상을 함께 배치한다. 여기서 자극을 주는 색체로 발달장애인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경우는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의미하는 노란색이 그것이다.
  조 패됴는 “얌전한 성격의 발달장애인이 다른 색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노란색을 보더니 갑자기 달려든 경우가 있었다”면서 “보편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이 노란색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넓은 면적에는 노란색을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명의 경우에는 직접등보다 간접등을 사용한다. 빛을 ‘직접’ 보면 잔상이 남는데, 발달장애인들은 잔상이 비교적 오래 남아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빛·소리·촉각 등의 감각자극을 이용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공간인 ‘스누젤렌실’에 들어가는 제품을 개발중이다. 스누젤렌실은 발달장애인이나 치매 노인 등이 심리적 안정을 얻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애나 질병이 없는 경우라도 감정·육체적 노동을 하는 사람 누구나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작’이라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한 밀리그램 디자인은 그동안의 연구와 활동을 인정받아 여성기업 종합지원센터 주관 여성기업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이화여자대학교 주관 창업경진대회에서 3등을 각각 수상하였다.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모두가 편리하다”라는 말처럼,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앞으로도 꾸준히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밀리그램 디자인의 연구와 활동을 통해 신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도 언제든지 편안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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