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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다'는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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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다'는 생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한우주(통통기자단)

3월 중순에 신촌 블루버드에서 시각장애인 대학생 밴드인 U.S.B 4.0의 공연이 있었다.
 
U.S.B 4.0은 순수 시각장애인으로 이루어진 밴드 소모임으로 작년부터 시작하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벌써 몇 차례 다른 밴드들과 합동공연을 한, 실력과 열정이 넘치는 동아리이다.
 
이번의 공연은 기존의 1기와 2013년 신입생들의 2기로 이루어진 U.S.B 4.0의 단독공연이었다(필자도 2기와 함께 2-3곡 정도를 합주할 수 있었다). 비록 공연 당일에는 참우리-시각장애인 학생과 비시각장애인학생이 운영하여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교육봉사동아리-학생들의 지원이 있었지만,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장애인 학생들만의 힘으로 팀을 구성하고, 연습하고, 결과로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공연 후 각자가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 또한 더 크기도 했으리라. 또한 각 멤버들의 친지와 지인을 초대하여 공연을 같이 즐기는 과정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창을 만들고 그로 인해 서로의 인식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도 공연의 결과물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장애인밴드 U.S.B. 4.0>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못 할거야'이다. 안 보인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어떠어떠한 것들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다. 웹서핑, 워드, 엑셀, 장기와 바둑, 축구, 야구, 농구, 싸이클 등등. 물론, 이것들을 행하는 방식, 혹은 즐기는 방식들이 비장애인과 비교해 방법도 조금 다르고, 규칙 등도 조금은 다르다. 그렇지만, 으레 '할 수 없을 거야'라고 미리부터 장애인을 규정짓고 선을 그음으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한하고 나아가 그들의 능력까지 미리부터 제한해버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 영역이 점점 넓어짐에 따라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KBS의 시각장애인 아나운서 이창훈 씨와 판사 최영 씨 등이 그 대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은, 장애인들 스스로가 쓰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비장애인들에 비해 약간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그러한 정보의 수집이나 활용 등에 있어서 노력과 시간이 좀 더 들 수밖에 없음은 사실이다. 허나 알아보지도 않고서 쉽게 포기해 버리는 짓은 안 했으면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누구나 아는 말이 있지만, 그 길은 한 발작 내딛기 전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딛고 나면 자신이 느끼는 정도보다 그리 어렵지 않음도, 생각보다는 길이 많고 넓음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는 시각장애인 지인이 컴퓨터 다루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 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자격증도 따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자격증은 아직까지 한 번도 시각장애인이 시험을 본 예가 없어서 지원을 해 줄 수 없다는 시험 운영진 측의 답변을 받았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그 시험을 총괄하는 국가기관에 몇 번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도움이 필요한 부분(점자시험에서 지원과 모니터 화면을 읽어주는 리더기 프로그램 등)을 설명하고 이해를 이끌어냈다. 그리하여 그는 결국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관련 컴퓨터 시험을 치룬 '1호'가 되었고, 자격증을 당당히 취득한 '1호'가 될 수 있었다.
 
장애인이라고 꼭 무엇인가를 죽어라 열심히 해야 하고, 꼭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슈퍼맨 장애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한 인식 또한 얼마 전까지의 대중 매체가 보여줬던 편협한 시선이자 비장애인들의 편견이다. 하지만,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 내가 즐기고 싶어 하는 일,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우리의 권리이다. 그러한 권리를 '할 수 없을 거야'라는 관념으로 인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도 충분히 '누리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U.S.B 4.0 의 단독공연도 시작은 어려움이 많았다. 허나 그 중의 대부분은 구체적인 행동적 어려움보다는 '잘 안 보이는 우리끼리는 하기 어렵지 않을까? 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의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더 컸기에 어려움을 딛고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었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우리 자신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일단 저 멀리 우주 밖으로 던져 버리자. 그리고 일단 전진해 보자. 그러고 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음을.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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