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난치성 질환 근육병 장애인 한정훈씨.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밟지 말자는 한정훈씨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육병이 초등학교 1학년에 발병하여 5학년부터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근육병은 서서히 근육이 약해지는 진행성 희귀질환으로 전신의 근육들이 힘을 잃으면서 최후에는 심장과 호흡의 근육까지 마비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 중 하나이다. 호흡근육까지 진행이 다다르면 호흡기를 필요에 맞는 시간에 착용하며 생활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2만 명 정도의 근육장애인이 있으며 근육병의 유형과 진행상황, 발병 시기는 매우 다양하다.

정훈씨는 이런 한계의 상황에서도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성적으로 아주대학교 e-비지니스학과를 졸업하였다. 그의 뒤에는 든든한 부모님과 지인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항상 있었다. 정훈씨는 그런 주변사람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기 위해 망설임 없이 사회로 뛰어들었다. 25살을 맞이한 정훈씨는 손가락으로 마우스 조작이 가능한 정도의 힘이 있으며, 밤에는 호흡기를 사용하며 잠이 든다.

 

◈ 호흡기에 대한 편견을 버려주세요.
근육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호흡기는 일반적으로 생명이 위독할 때 사용하는 것과 약간 다르다. 근육장애인은 상태에 맞춰 호흡기를 사용하므로 이산화탄소가 쌓이는 것을 예방하여, 피로감이나 무기력증을 덜 느끼게 되어 활기찬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심장, 호흡 근육을 운동시켜주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정훈씨 말에 의하면 24시간 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호흡기를 하고 외출을 할 때 따가운 시선은 마음에 상처가 된다고 한다. 아직 호흡기가 보편화되지 않는 상황이므로 이해하며 넘어가지만, 공공시설이나 기관, 대중교통 등의 이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었다. 호흡기도 휠체어와 같은 보조기구로의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호흡기 대여비는 나라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며, 희귀난치성질환을 나라에 등록하면 치료비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재산에 따라 간병비를 받을 수 있다.

 

◈ 근육장애인 행복카페지기 한정훈씨.
정훈씨는 대한민국의 최대 규모의 근육장애인과 함께 하는 행복카페의 카페지기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근육장애인협회의 임원인 이사직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카페는 협회의 산하로 있으며, 근육장애인 정모를 해년마다 실시하고, 정보제공, 교류, 공감, 친목, 각각의 소모임 등을 운영, 지원하고 있다.

100여명이 넘는 근육장애인들의 주도적인 활동으로 카페는 활발히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육장애인들이 알지 못하여 다양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훈씨는 근육장애인당사자나, 가족친척, 친구들이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요구하고 활동한다면 카페나, 협회에서 지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정훈씨는 쉬는 날 없이 카페나, 협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간다. 정훈씨의 활약으로 취업을 하게 된 근육장애인들이 7명 정도인데, 각자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하여 모니터링, 회계, 저작권단속 업무 등 여러 분야에서 재택근무로 일을 하고 있다.

 

◈ 오토모니터 직원 한정훈씨.
정훈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장애인고용공단의 홈페이지를 제집 드나들듯 하였고, 다른 매체의 취업정보와 소식을 수집하였다. 이력서를 낸 곳도 많았으며, 면접도 서너 차례 보았지만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러던 중 정훈씨의 됨됨이를 잘 아는 지인이 회사를 소개시켜 주었다. 정훈씨는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본 후 합격하여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정훈씨가 일하는 회사는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직원이 30명도 안되는 작은 회사인 오토모니터에서 정훈씨는 일한지 6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재택근무는 로테이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업무에 관한 교육과 지시사항들은 메신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인 정훈씨에게 적합한 일자리이다.

정훈씨는 오토모니터의 업무를 볼 때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노하우와 요령을 터득한 후 즐거운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직장 상사나 다른 직원들은 정훈씨가 일하는 것에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장애와 능력에 따른 업무를 배정해주었으며, 정훈씨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정훈씨의 회사는 장애인에게 가질 수 있는 편견도, 차별도 없이 일하고 있다. 또한 얼굴을 보지 않고 일하지만 항상 존댓말을 사용했으며, 정훈씨는 심리적인 배려와 마음을 써주고 있음이 느껴졌다.

 

 

◈ 재택근무. 중증장애인의 꿈을 이루는 하나의 씨앗.
재택근무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하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회사는 사업장소를 따로 둘 필요가 없으며, 출근하여 지출되는 활동비가 필요하지 않다. 그에 맞춰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 역시 출퇴근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식비와 야근 등 추가 근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자유로운 근무환경에서 효율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재택근무의 특성상 장애인의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 정훈씨 외에도 많은 장애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정훈씨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각종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정훈씨가 바라던 일이기도 하며, 중증장애인에게 매우 적합한 경제활동이기도 하다.

정훈씨는 근무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일을 하며,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로 인정받고 있다. 정당한 노동으로 받는 수입은 삶의 보람과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정훈씨는 이러한 꿈을 꾸며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봤다. 대기업에도 면접을 갔었던 정훈씨는 면접실에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은 혼자였기에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으나, 업무능력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받을 수 없었다. 대기업의 위치에서 가져야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정훈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정훈씨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1년 이상 일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며, 업무에 대한 능력으로 월급인상을 받았다. 업무스케줄을 짤 때도 정훈씨에게 먼저 의견을 물어보며, 어떤 일이든지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확보를 1순위로 생각해준다. 이렇게 정훈씨는 대기업 못지않은 처우와 배려를 받고 있다. 회사 워크숍에 간 정훈씨는 면접이후 처음으로 회사직원들을 만났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장애인, 비장애인 직원들과 재택근무, 회사근무를 하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 아무 거리낌 없이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였다.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회사의 직원들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정훈씨는 자신에게 맞는 재택근무를 시작하므로 그동안 공부했던 것과 경험했던 것들을 사용할 수 있었고, 함께 키워왔던 평범한 삶의 모습도, 개인적인 꿈을 향한 걸음도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되었다.

 

◈ 함께 일해 보아요!
정훈씨는 오직 손가락만을 까닥할 수 있는 중증장애인이고, 나라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부모님은 곁에서 항상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정훈씨는 말한다. “나라에서 주는 간병비와 장애인연금, 그리고 부모님의 돌봄을 받으며 살 수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을 위한 일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애인들도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활발히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정훈씨의 말을 듣고 기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모든 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재택근무라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정훈씨의 멋진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제2의 정훈씨 소식이 많이 전해지길 바라본다.

 

◈ 장애인재택근무 취업준비생에게 전하는 한정훈씨의 조언.
①장애인고용공단 홈페이지와 친구하기. ②인터넷의 정보를 열심히 수집하고 카페나 모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친분 쌓기. ③자격이 되고 할 수 있는 일자리에 무조건 지원해보기. ④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성실히 적어두기. ⑤자기소개서에서 장애를 부각시키는(장애에도 불구하고~ 등의) 식상함에서 벗어난 나만의 특별한 스토리 만들기. ⑥재택근무는 컴퓨터로 하는 것이므로 컴퓨터자격증이나 이와 관련된 경험 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