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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영화와 웹툰 사이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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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 영화와 웹툰 사이
 
 
정의정(장애인기자단, lovelygirl76@nate.com)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의 영화홍보영상을 통해서였다. 게다가 요즘 핫한 김수현이 동네바보로 나온다니 더더욱 관심이 갔다. 그리고 그 영화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라는 점도 흥미를 끌었다. 이미 강풀님 웹툰의 열렬한 애독자였던 탓에 요즘 웹툰에 대해서는 거부감이나 선입견은 없었다. 웹툰이라 모니터로 봐야 했지만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는 게 직업인 나는 책을 사서 봤다. 그런데 책을 다 읽어갈 때 쯤 “왜 위장간첩의 임무가 ‘동네바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몸 자체를 살인무기화해서 남파된 간첩이? 말 그대로 위장간첩이라 거리가 아주 먼 동네바보(지적장애인)으로의 위장이 필요했던 것일까?
 
책을 너무 재미있게 본 탓이었는지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뭔가 허무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김수현을 위한,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의 영화였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원류환을 살리기 위해 없어져버린 서수혁의 존재감. 그가 왜 그렇게 그들을 살리려고 애를 썼고 왜 김대좌를 죽이려고 했는지 설득력이 없어져버리고 단지 그저 한국의 동포사랑이 남다른, 오지랖 넓은 요원으로만 나온다. 외모도 기대했던 만큼 준수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리해진의 희생도 각색되어버렸다.
 
아마도 웹툰을 안보고 영화를 봤더라면 영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웹툰이 준 먹먹함을 반감시켰다. 그 옛날 순정만화를 보고 난 후 허무함이 생각날 정도였다. 죽어버린 캐릭터에 흥분하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왜 원류환의 임무가 동네바보였을까?”였다. 그렇게 평범하지도 흔하지도 않고 차라리 지금은 리해랑같은 가수지망생이 더 흔하다고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이라 해도 항상 넘어지는 건 아닐 것이고 노상방뇨를 일삼지는 않는데 그게 행동강령이라니.
 
아무리 북한이라 해도 그렇게 허술하게 행동강령을 내리진 않았을텐데, 그렇다면 작가가 자료를 잘못 수집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북한은 뭔가 모르니까 그렇게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변명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아직 장애인을 보는 인식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장애인하면 ‘약하다’, ‘순수(순진)하다’, ‘못한다’, ‘불쌍하다’ 정도의 수식어가 연상된다. 그래서 절대 동네사람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원류환은 간첩으로서의 임무수행에 있어서도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임무가 동네바보로 침투해서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으리라.
 
내 경우에는 그런 수식어들 때문에 살면서 받는 이득이 아직은 손실보단 많아서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장애인들이 사회적인 경험이 없어서 그렇게 보일뿐이지 악마같은 장애인들도 많은데 말이다.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지만 그건 옛말이고 같은 장애인 등쳐먹는 장애인들도 널려있고 말이다. 언제쯤이면 장애인들이 평범한 생활을 하는 영화가 나올까? 주연은 아니더라도 소외계층이 아닌 그냥 평범하게 사는 인물로 나오길 바래본다. 그리고 특별하지 않고 어디건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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