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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寶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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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일하는 동료입니다.
작성자 장애인직업안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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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일하는 동료입니다.
 
 
이광원(하상장애인복지관 독서문화지원팀장)
 
직장 밖에서 개인적으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의 이름부터,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고향이 어딘지,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대답하게 됩니다. 최소한의 정보로 공통점을 찾아 쉽고 빠르게 친밀해 지기 위한 방법이지요.

그런데 대다수의 복지 종사자들은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 하세요?”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합니다.”
“아~ 좋은 일 하시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네! 선생님도 일이, 직장 생활이 마냥 즐겁지는 않으시죠?”
“네! 그렇죠. 직장이라는 것이.”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당하게 돈 받고 일하고,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있는 월급쟁이 직장인이죠.”
 
그러면 상대는 저를 왠지 더 신뢰하고 ‘착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욕하기를 좋아하고 상사 험담도 하고 험담을 당하기도 하는 똑같은 직장인일 뿐인데 왜 그럴까요?
 
저는 이것도 작은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작은 편견’ 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저에게 나쁠 것은 없기 때문이죠.
 
제가 일하고 있는 팀은 시각장애인도서관입니다. 시력을 거의 상실한 시각장애인이 묵자(일반 글자) 책을 읽기는 어려우므로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대체물(녹음, 전자, 점자)로 서비스하고 독서문화 활동, 정보화 지원, 문화교양지 발간 등 시각장애가 독서정보를 취할 때 장애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팀입니다.
 
우리 팀은 총 6명이며, 1명이 시각장애가 있습니다. 주 업무는 온라인 도서관(온소리)과 팀 비주얼(대표미남)입니다. 서류작업은 화면낭독프로그램, 확대기를 이용하고, 직장 내에서 이동할 때 어려움은 없습니다. 완벽한 서류 작성과 일처리, 기본적 인성, 이용자를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 그리고도 타 직원의 업무까지 지원하는 슈퍼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슈퍼맨은 아닙니다. 서류에는 가끔 오타가 있고 줄 간격이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 생선반찬이 나오면 가시도 빼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담당한 온라인 도서관이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와 웃음이 가득한 글을 쓰기도 하고, 팀 회의를 녹취하여 결정된 사항이나 누락된 내용 없이 회의록을 작성합니다.

정보보조기기활용에 대한 문의가 오면 스스로 사용해 보고 문제를 해결합니다. 스스로 필요하다 여겨 매주 토요일 마다 시간을 내어 앱프로그래밍 과정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배웁니다. 큰 행사가 있을 때에는 관계기관 협의, 출연자섭외, 접수, 상담을 담당하여 타 직원이 그 이외 일에 전념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무실을 청소할 때는 대걸레를 들고 윤이 나게 닦습니다. 사안에 따라 시각장애인계의 자문을 받을 때 다양한 분들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고 제시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화를 받다 보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견을 정중히 듣고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며 마무리 합니다. 저는 ‘득도’ 했다고 표현을 합니다. 저였다면 같이 흥분하고 일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무리 하니까요. 물론 그 이후에는 옥상을 한번 다녀오긴 합니다만.
 
이런 직원을 아끼지 않고 예뻐하지 않기는 힘듭니다.
 
오타와 줄 간격은 동료에게 부탁하면 됩니다. 생선의 가시는 동료가 뺄 때 한 마리 더 하면 됩니다. 낯선 곳을 갈 때는 동료가 팔꿈치 한번 내주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제가 일하는 곳이 장애인복지관이라는 장애에 편견이 가장 적은 곳 중에 하나라서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장은 서로 다른 재능이 필요하고, 함께하며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받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무엇을 못하는 가’ 가 아닌 ‘무엇을 잘 하는가’ 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작은 편견’을 받는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그 편견에 맞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동료들과 다투고, 고객에게 혼나고,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퇴근길 모여 위로하고 위로받고 가슴 속에 사직서를 수백 장 품고 다니는 모든 직장인과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보통 직장인들보다 조금 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것이 특별함이 아닌 일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우리에겐 잘못해도 감싸주고 이해해 주어야 하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 장애인 직원은 없습니다. 다만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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